2007년 08월 10일
[쇼트 케이크] 디워(D-WAR). 나무를 볼 것인가? 아니면 숲을 볼 것인가?

개봉 전에 기대는 했지만 흥행여부에 대해선 반신반의했던 디 워. 개봉하자마자 보러가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사 - 휴가 - 정리로 바쁘다보니 일주일이 지난 오늘 포항 메가라인에 보러갔습니다.
혹자는 애국심 마케팅이다, 영화의 기본이 안 되어있다고 악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 정도 수작을 만들어낸 감독의 도전을 깎아내려선 안 된다, 헐리우드와 맞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국 SF영화의 신기원이다라고 맞서면서 언론에서도 "전쟁터" 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갑론을박이 심한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영화 초반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투, 중후반의 LA시가지에 이무기가 출현하는 장면과 시가지 전투장면은 정말 멋집니다. 용가리에서 보여준 어색한 CG와 미니어처는 8년의 시간이 지나 헐리우드 영화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고 짧은 시간동안 잠깐 맛보기로 보여주던 한국 SF의 한계를 완벽히 뛰어넘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이무기 전투장면보다 실사와 섞어 화면을 만들어야 했던 이 부분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용가리라는 최악의 실패를 딛고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모두의 비웃음을 이겨내고 불가능이라 생각하던 일을 이루어내었다는 사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개봉 후 넘쳐나는 관객수로 심형래 감독의 고생은 보답받았습니다만 사실 보답 받지 못했더라도 그의 도전이 빛을 바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기본이 안 되어있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자금의 한계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졌다면 어쩔 수 없지만, 돈이 아닌 기술과 능력으로 충분히 매끄럽게 만들 수 있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초반 15분동안 이전작품 편집판을 보는듯한 급박하고 부자연스러운 전개. 쫓기는 듯 한 컷 한 컷이 정리가 되기도 전에 넘어가고 용가리를 볼 때 느낀 연출의 어색함은 이번에도 여전했습니다.(개인적으로 용가리의 경우 CG보다 배우들의 연기와 엉성한 연출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함)

조선시대의 배우들의 연기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엑스트라들이라 생각합니다. 심한 말로 TV 사극 엑스트라들보다 못한 아트룩스 병사들의 연기는 CG의 긴박감 넘치는 장면들 사이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엑스트라가 많이 등장해야 되는 장면에서는 엑스트라가 부족해서 (CG든 실제 인물이든) 영화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별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갑자기 광대한 배경으로 많아져서 보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단순한 스토리는 죄가 아닙니다. 디워를 옹호하는 분들은 "캐리비안과 트랜스포머의 스토리도 단순하기 짝이 없다" 라고 말하지만 스토리가 단순하고 엉성하다고 연출까지 단순하고 엉성해선 안 됩니다. CG가 사용되지 않는 부분의 이야기가 후반부 CG가 주가 되는 전투장면을 위한 하나의 주춧돌과 같다고 볼 때, 디워는 주춧돌이 흔들거리는 저택과 같습니다. 트랜스포머와 캐리비안이 단순한 스토리라인이라도 그것을 장면 하나하나로 만들어가면서 후반부 막강 CG로 이었기 때문에 그 것을 굳이 지적하는 관객과 평론가가 드물었던 것이죠.
디워는 스토리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 같은 종류의 SF영화라고 가정해도 "화려한 전투장면들을 까먹을 정도" 로 너무 빈약합니다. 원하는 장면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외의 장면들은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디워는 "원칙"을 고수하는 평론가들과 "기본" 을 중시하는 일부 영화관계자들의 악평을 피해갈 수 없었다고 봅니다.
Des가 생각하기에 디워와 관련된 논쟁은 "나무를 원하는 심형래 감독과 관객" VS "숲을 원하는 영화평론가 및 관계자"의 싸움이라 봅니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내었고 그 것에 열광하고 그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화는 단지 영상 몇 장면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람이 있는 거죠. 어느 쪽도 정답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보여주는 것만이 영화의 전부라고 한다면 예술영화들은 모두 죽어야 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과 꼼꼼함만을 지적한다면 영화라는 장르가 일부 팬들에게만 사랑받는 소외받는 장르가 되어버릴테니까요.

디워가 평론가들도, 일반관객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더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전자(보여주기)에서는 합격 이상의 점수를 받았지만 후자(작품성)에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다못해 후자가 기본정도만 되었더라도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가 오가진 않았겠죠.
하지만 비판적인 평론가들도 디워가 용가리보다 상당히 발전했다는 점만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한국영화가 안일한 조폭코드와 감동없는 사랑놀음과 슬랩스틱 코미디에 안주하고 있을때 아무도 거들떠 보지 SF장르를 묵묵히 도전해서 이 정도로 성공을 이루어냈습니다. 비록 그가 정통이 아닌 야인의 길을 걸어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한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다른 영화인들이 매꾸어 준다면, 디워의 차기작은 분명 헐리우드를 때려잡을 수 있는 괴물이 될 거라 믿습니다.
디워는 성공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성공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왜 부족한가를, 부족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성공한 부분은 과연 하나도 없는가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모아 다음 작품을 만든다면 그 작품은 정말로 부족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명작이 될 수 있겠죠.
평가 : B+
# by | 2007/08/10 02:15 | 쇼트 케이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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